칼빈, 성만찬으로 종교개혁 신앙 사이의 일치 촉구 신학
2008/01/2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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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빈, 성만찬으로 종교개혁 신앙 사이의 일치 촉구
[제10회 아시아 칼빈학회 주요논문 ④ 박경수=칼빈의 성만찬 교리에 나타난 교회 연합을 위한 노력]
2007년 10월 09일 (화) 13:37:50 김은홍 기자  amos@kidok.com
칼빈의 성만찬 소논문과 취리히 합의서에 드러나
2007년 8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아칼빈학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중심으로, 아시아 칼빈 연구의 중요한 면모들을 살펴보고 있다. 첫째로 20년이 넘도록 한국과 일본과 대만의 칼빈주의자들이 모여 열정적으로 연구해 오고 있는 학술적인 현황을 소개했다. 그 이후는 발표된 중요 논문 중에서 몇 편을 선택해서 그 신학적 의미를 해설하고 있다.
향후 국제적 칼빈 연구를 두 가지로 전망해 보자면, 첫째, 칼빈 연구는 지금까지도 국제화 되어왔거니와 앞으로는 더욱 그렇게 될 것이며, 둘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칼빈주의자들의 공헌이 적극적으로 기대된다는 사실이다.
만약 그렇다면 중요한 질문이 필연적으로 제기된다. 칼빈의 정신을 계승하려고 하는 다양한 그룹들, 보다 거시적으로 보면, 종교개혁의 신학을 따르려고 하는 여러 공동체들은, 상호 어떤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이 주제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초점을 종교개혁의 역동적인 흐름 속에서 칼빈은 과연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로 모여지게 한다.
칼빈의 입장은 외적이고 내적인 측면으로 나누어진다. 외적으로는 로마가톨릭주의자들과 혁명적인 급진주의 운동을 배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적으로 종교개혁의 신학적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면 칼빈은 대립과 반목보다는 연합과 화목의 길에 앞장섰다는 것이다.
그러면 종교개혁의 울타리 안에 품을 수 있는 신학적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하는 문제가 쟁점이 된다. 그것은 대체로 세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는 오직 성경으로(Sola Scriptura), 둘째는 오직 믿음으로(Sola Fide), 그리고 셋째는 오직 은총으로(Sola Gratia)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16세기 당시 종교개혁 교회의 정체성이 되면서, 동시에 21세기 교회에도 여전히 중요한 핵심 코드이다.
종교개혁 교회의 신학적 토대
590년 그레고리 대제가 최초의 교황으로 등극한 이후 1500년대까지 1000년에 걸쳐 로마가톨릭교회는 전 유럽을 주도하는 힘의 구심점이 되었다. 역사적으로 누적된 경험들이 전통(Tradition)이 되어 교회와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었는데, 그 권위가 결국은 성경이 말하는 복음보다 더 높은 위치를 점유하게 되고 만 것이다. 이처럼 권위주의화 되고 문화화 되어버린 교회를 다시 성경 위에 정초하자는 것이 종교개혁 운동의 본질이다.
중세인들의 삶을 요약할 수 있는 단어가 무엇이라고 묻는다면, 많은 학자들은 불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수백 년에 걸친 전쟁의 공포와 한 도시를 전멸시키곤 했던 흑사병의 창궐이 그들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당시 삶의 구심점이었던 교황청이 남 프랑스 아비뇽(Avignon)으로 유배(1305~1378) 되었던 교황의 바벨론 유수 사건이 발생했으며, 그 이후 교황청이 대 분열하였다. 한편 동로마제국이 1453년 터키의 모하메드 2세에 의해서 몰락함으로 고조된 이슬람 세력은, 급기야 유럽의 동쪽 관문이었던 오스트리아의 비엔나까지 위협하면서 이슬람에 대한 불안이 극에 달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교회적, 사회적, 정치적 상황들은 당시의 그리스도인들을 행위로 인한 구원의 길로 몰아갔다. 결국 이런 토양 속에서 중세 말을 풍미했던 성자숭배나 면죄부의 판매 등 신학적 부패가 독버섯처럼 자라났던 것이다.
그러나 종교개혁 교회는 인간이 죄와 불안에서 구원을 받는 것은 외적인 행위에 근거하지 않음을 천명했다. 그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만 가능하다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선언을 하였던 것이다.
중세말의 가톨릭 교인들은 자신들의 머리에 안전한 영적 지붕을 쓰려고 했다. 그들은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의 보호막이 아니라, 성인들의 도움이나 천사들의 보호를 의지했던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죄와 양심의 가책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고해성사를 통해서 손쉽게 심리적인 안정을 획득하려고 했다. 또한 교황을 정점으로 중세 교회 안에 수립되었던 계층적 성직 구조나 쌓아 놓은 잉여 공로를 내세워서 영적 보호막을 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종교개혁은 그 모든 장치들을 제거해 버렸다. 종교개혁은 죄인인 각 개개인을 하나님 앞에 서게 만들고, 오직 하나님의 은혜만이 구원한다는 복음을 설교했던 것이다. 바로 이 오직 은총이라는 원칙은 가톨릭교회와 종교개혁 교회 사이에 넘을 수 없는 간격을 만들게 되었다.
종교개혁 교회 연합 문제의 핵심, 성만찬론
위와 같은 신학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던 16세기의 종교개혁 교회들은, 하나로 연합할 수 있었을까? 이 문제에 있어서 가장 필수적인 조건이 되는 것이 바로 성만찬 교리이다. 빔 얀서(Wim Janse) 박사는 16세기 종교개혁 연구에 있어서 성만찬론이 갖는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매우 명쾌하게 요약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16세기 유럽의 성례론적 일치는 교회와 정치적 일치를 위한 필수조건이었다. 성례론은 기독론, 삼위일체론, 그리고 성령론과 교회론이 수렴되는 프리즘이며 가장 결정적인 포인트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성례론은 프로테스탄트들이 서로 간에 공통점을 확인하거나 혹은 서로를 공격하거나 했던 16세기 신학의 핵심이었다.
따라서 종교개혁 시대의 성만찬에 대한 연구는, 국지적이고 미시적인 연구이면서도, 동시에 종교개혁 전체를 전망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루터(1483-1546)의 위대함 중에 하나는, 종교개혁이 실제로 가능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그의 영향은 독일의 기독교 귀족들에게 고함, 교회의 바벨론 포로,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자유라는 주요 저서를 통해 독일을 중심으로 전 유럽으로 확산되었다.
한편 스위스에서는 루터보다 한 살 연하였던 츠빙글리(1484-1531)에 의해 개혁주의가 세워지고 있었는데, 츠빙글리는 네덜란드의 에라스무스에게 영감을 받고 있었던 인물이다. 츠빙글리의 뒤를 이어 아름다운 도시인 취리히를 이끌어 갔던 지도자는 칼빈보다 5살이 많았던 불링거(1504-1575)였다.
16세기의 복잡한 상황 속에서 종교개혁 진영은 크게 보아 루터의 독일과 츠빙글리의 스위스로 나누어 볼 수 있었다. 이 두 세력이 로마가톨릭에 맞서는 신학적 연합군을 형성했다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 양대 산맥은 1529년 마부르크 회담 이후에 서로 등을 돌린 것이다. 루터파와 츠빙글리파는 신학적인 모든 문제에 있어서 일치점을 찾아가고 있었지만, 오직 성만찬론에 있어서만큼은 합의하지 못했다. 말하자면, 성찬의 신학적 의미와, 실제적으로 성찬 시에 그리스도께서 어떻게 임하시는지에 대한 이견이었다.
종교개혁 교회들의 연합을 추구한 칼빈
루터파와 츠빙글리파가 성만찬론 합의에 실패함으로 종교개혁 전체가 대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이후 종교개혁 교회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향방을 알 수 없는 혼돈에 봉착했다. 이런 혼란 속에서, 한편으로 종교개혁 교회를 연합시키고, 다른 한편으로 지속적으로 가톨릭과 급진 세력에 대항할 수 있는 신학적 리더십은, 칼빈의 어깨 위에 놓인 시대적 사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장로회신학대학의 박경수 교수가 발표한 논문은 이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신학적 함의를 갖는다. 박 교수는 칼빈은 어떻게 그 교회 연합적 일을 수행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두 작품에 주목하고 있다.
하나는 1541년에 나온 칼빈의 주의 만찬에 대한 소논문이다.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것으로서, 1549년에 등장하게 된 취리히 합의서(Consensus Tigurinus = Zurich Consensus)를 분석하고 있다. 이 합의서는 주의 만찬에 대한 교리에 대해서, 불링거와 칼빈 사이에서 1549년에 맺어진 조약이다.
주의 만찬에 대한 소논문에서 칼빈은 루터와 츠빙글리의 결별을 안타까워하면서 이 둘을 화해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칼빈은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아 그 문서(합의서를 말함) 작성하고자 하실 때, 그 일은 이루어 질 것이라고 우호적인 태도로 교회의 회복을 기대하고 있었다. 취리히 합의서는 성만찬에 대한 개혁주의 교회의 가장 중요한 자료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이 합의서는 종교개혁 교회들을 연합시키려는 칼빈의 노력의 산물이라는 데에 학자들을 별로 이의가 없다.
이상의 칼빈의 활동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볼 때, 칼빈은 가톨릭과 급진주의 운동과 같은 좌, 우의 극단적 운동은 배격했다. 그러나 칼빈은 종교개혁의 신앙을 공유했던, 루터(Luther), 그리고 츠빙글리(Zwingli)와 불링거(Bullinger) 사이에서는, 이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 사람(bridge-builder)이었던 것이다.
논평=안인섭 교수/총신대학교신학대학원 역사신학‧한국칼빈학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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