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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어머니를 위해 오늘도 나는 뛴다
NFL 누비는 하인즈 워드
김영수(kimseye) 기자
새해 벽두 미국 스포츠팬들의 관심은 온통 미식축구에 쏠려 있다. 미국프로풋볼리그(NFL) 결승전인 슈퍼볼이 오는 2월 6일(현지 시간) 플로리다 주 잭슨빌의 올텔 스타디움에서 개막되기 때문이다.
지난 해 9월부터 32개 팀이 각각 16게임씩 정규 시즌을 치렀고 이 중 12개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며 4개 팀이 23일 일요일(현지 시간) 슈퍼볼 진출팀을 가리는 아메리칸 컨퍼런스와 내셔널 컨퍼런스 챔피언 결정전을 펼쳤다.
미국에 살면서 미국인이 열광하는, '진짜' 미국적인 스포츠인 미식축구(NFL) 경기를 TV로 볼 기회가 간혹 있지만 올해 풋볼 경기가 더욱 더 관심을 끄는 것은 한국계 하인즈 워드(Hines Ward)가 주전 와이드 리시버로 활약하고 있는 '피처버그 스틸러스(Pittsburgh Steelers)'가 아메리칸 컨퍼런스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기 때문이다.
90년대 중반으로 생각된다. 한국의 모 방송에서 하인즈 워드와 그의 한국인 어머니의 눈물겨운 모정을 다큐멘터리(아마도 '인간시대'라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싶다)로 소개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우리 어머니들이 항상 그래왔듯이, 자식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아낌없이 희생하는, 가슴을 여미는 모정이 그 주제였다.
어머니 김영희씨는 주한미군이었던 워드 주니어를 만나 워드를 낳았고, 남편을 따라 미국까지 건너갔지만 버림을 받았다. 불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들, 워드마저도 빼앗기는 '한'을 갖게 된 것이다.
(NFL 관련 사이트에서는 워드가 미국 출생이라고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한국에서 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김영희씨는 워드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미국에 남아서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고, 천신만고 끝에 워드를 되찾게 된다. 하지만 산 너머 산이라고 할까? 꿈에도 그리던 아들은 품에 안았지만 머리가 굵어진 아들은 어머니를 부끄러워한다.
별다른 기술도 없고, 생김새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고, 자신이 아니면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한 영어를 구사하는 어머니가 너무나도 창피했던 것이다.
이후, 워드는 자라면서 풋볼에 소질을 보였고 조지아 대학에 진학하면서 부와 명예가 보장된 NFL 진출도 함께 노리게 된다. 철이 들고서야 어머니가 자신에게 얼마나 헌신적인 사랑을 퍼부었는지를 깨닫게 됐다는 이 185cm의 거구는 어머니를 위해서 꼭 프로 무대에 진출하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160cm도 안 되는 조그마한 어머니를 부여 안고 환하게 웃던 모습이 몇 년이 지난 내 뇌리에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다.
어머니를 위해서 반드시 '멋진 선수'가 되겠다던 자신의 바람대로 워드는 98년 프로 드래프트에서 피처버그의 지명을 받아 꿈에 그리던 NFL 무대에 서게 됐으며 어느덧 피츠버그의 주전 와이드 리시버로 자리를 잡아 NFL 올스타에도 여러 차례 뽑히기도 했다.
그가 미국 풋볼 프로 선수로 활약한 지도 벌써 만 7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는 '그 워드'가 좋다. 단순히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아들에게 한없이 사랑을 쏟아 붓는 어머니와 그 사랑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더 나아가 끊임없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그 아들의 모습이 보기 좋아서 그의 팬이 되었다.
난 그의 성공을 빌었다. 미국에 건너와서는 더 그랬다. 신문 지상에서나 텔레비전 스포츠 프로그램에서 미국 프로 풋볼 선수인 하인즈 워드를 볼 때면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기뻤다. 더욱이 그의 눈매는 여느 흑인 풋볼 선수와는 다르다. 우리네 한국인의 눈매기에 반가움은 더욱 더 했는지도 모른다.
이번 시즌 하인즈 워드가 소속된 피처버그가 15승 1패의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서인지 워드의 소식도 자주 들려온다. 지난 주에는 아메리칸 콘퍼런스 플레이 오프에서 뉴욕제츠를 맞아 피처버그가 4쿼터 막판까지 10-17로 뒤져 패색이 짙어가고 있었는데, 워드가 천금같은 동점 터치 다운을 성공시켰다.
결국, 워드는 소속팀인 피처버그가 연장전 끝에 아메리칸 컨퍼런스 챔피언십에 진출하는 데 일등 공신이 된 것이다. 그리고는 각종 뉴스에 등장하더니, 미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전문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지의 최근 호 표지 사진에도 '등극'하면서 주가를 올리고 있다.
23일 피처버그 홈 구장에서 열린 아메리칸 컨퍼런스 챔피언 결정전에서 워드의 소속팀 피처버그는 작년 슈퍼볼 챔피언인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를 맞아 선전을 펼쳤으나 41-27으로 아쉽게 패해 슈퍼볼 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워드는 이 경기 3쿼터 중반 쿼터백으로부터 30야드 패스를 받은 후 골라인까지 돌진 터치 다운을 성공시키는 등 분전했으나, 잦은 실책으로 초반 24-3으로 크게 뒤졌던 팀을 회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피처버그를 누른 패트리어츠는 아틀란타 팔콘스(Atlanta Falcons)를 27-10으로 누르고 내셔널 컨퍼런스 챔피언에 오른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와 슈퍼볼에서 한판 승부를 겨룬다.
아직 가장 큰 게임인 슈퍼볼이 남았지만 워드가 더 이상 뛸 수 없게 됐으니 나의 풋볼 시즌도 끝난 셈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워드가 슈퍼볼에 진출해서 챔피언 반지를 끼게 될 날을, 그리고 그 반지를 들고 어머니에게 달려갈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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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 배웠어요”
수퍼볼 스타 하인스 워드, 기자회견서 신앙고백 털어놔
▲수퍼볼 스타 하인스 워드가 자신의 신앙고백을 털어놓고 있다. ⓒ 이화영 기자
“성경은 모든 사람이 다 형제고 자매라고 말합니다. 저를 한국에 오게 하신 하나님의 목적이 있을 거에요”
회색의 밝은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고 나온 그는 특유의 ‘살인미소’로 시종 유쾌하게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지만, 이 말을 할 때만큼은 진지했다. 혼혈인으로 미국 NFL 수퍼볼에서 MVP에 등극한 하인스 워드. 4일 오전 10시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입국 기자회견을 가진 그는 혼혈인으로서 겪었던 어려움들과, 그때마다 힘이 됐던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했다.
그는 3일 오후 어머니와 함께 인천공항에 들어서면서도 혼혈인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가장 기뻤던 때는 수퍼볼에서 MVP로 뽑혔을 때, 아들이 태어났을 때, 그리고 한국에 왔을 때고,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어릴 적 혼혈인이라고 놀림을 받았을 때에요”. 아웃사이더에서 영웅이 되기까지 그가 견뎌야 했던 아픔이 그만큼 컸나 보다.
1977년, 미군부대 인근의 가게에서 일하던 워드의 어머니 김영희 씨는 자신과 피부색이 다른 당시 두 살배기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희망에 부풀어 있었지만 시련은 그 때부터였다. 미국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남편에게 버림 받았고, 아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혼혈인인 아들을 죽기 살기로 키워내야 했다. 그런 김 씨가 기댈 곳은 하나님 뿐이었다.
“친척도 없었고 말도 통하지 않았기에 어머니가 기댈 곳은 오직 하나님 한 분 뿐이었어요. 어머니는 미국에 처음 가셨을 때부터 항상 교회에 다니셨죠. 그런 어머니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저도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하나님께 기댔고, 또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배우게 됐어요”
워드는 그러면서 자신이 지금 한국에 온 것도 하나님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했다. “모든 사람은 다 하나님의 자녀에요. 피부색이 다르지만 서로 사랑하고 사는 세상, 그것이 모두가 꿈꾸는 이상적인 세상 아닐까요.”
자신의 뿌리를 찾아 어머니와 함께 한국을 찾은 워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말을 몇번 되뇌었다. 자신이 한국에 올 수 있었던 것이 그렇고, 모든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또한 그렇다고. 그는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잠시 고개를 숙인 채 기도하기도 했다.
하인스 워드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5일 서울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은 뒤, 6일에는 자신이 태어났던 이화여대 동대문병원을 방문할 예정이다. 8일은 펄벅재단이 주최하는 ‘혼혈 아동과의 만남행사’에 참석하고 같은 날 저녁 어머니와 함께 제주도로 떠나 2박 3일간의 달콤한 여행을 즐긴 뒤 12일 출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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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 "슈퍼볼 우승은 엄마와 함께 이룬 것"
"한국인들 고마워…다른 한국계 선수들에게도 관심 쏟아달라" 당부
하인스 워드가 10일 애틀랜타의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 도중 오른쪽 팔뚝의 '하인스 워드'라는 한글 문신을 보여주고 있다./애틀랜타=연합
미국 프로풋볼(NFL) 스타 하인스워드(30.피츠버그 스틸러스)는 10일 소속팀을 슈퍼볼 우승으로 이끈 그간의 피로감때문인지 다소 지친 표정이었지만 특유의 미소를 잊지 않았다.
워드는 이날 오전 미 남부 조지아주 애틀랜타 서머나에 있는 자택에서 연합뉴스등 일부 특파원들과 만나 1시간 가까이 어머니에 대한 존경과 애정, 한국인에 대한 생각, 그간의 성장 배경과 현 심정을 소상하게 피력했다.
그는 먼저 한국 말로 "안녕하세요. 하인스 워드입니다"라고 반갑게 인사했고,시종 자신감있는 표정을 잃지 않았다.
그는 무엇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기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준 어머니에 대한 '진한' 애정과 존경을 표시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이번 슈퍼볼 승리는 나와 어머니가 함께 이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머니는 나의 모든 것이며, 나한테 어머니는 영감(inspiration) 그 자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과 한국인들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표시했다. "한국인들이 열광하고 있다"는 말에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답했다.
"미국에서 활동중인 한국인 선수들을 잘 아느냐"는 말에는 "야구선수 박찬호와 서재응을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멋쩍을 표정을 짓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나 말고도 NFL에서 활동중인 한국계 선수가 있다"며 "다른 선수들에게도 관심을 쏟아 달라"고 주문했다.
다음은 워드와의 일문일답 요지.
--우승한 소감은.
▲MVP로 선정돼 정말 기쁘다. 단체나 가족, 한인단체를 대변할 수 있게 돼 좋았고 한인사회가 내가 하는 일에 큰 관심과 신뢰를 보여줘 영광이다.
--한국말을 많이 아는가. 아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칠 용의는.
▲집에 한국 책이 몇 권 있다. 한국 가수가 부른 CD도 몇 장 있다. 자주 듣는편이다. 그러나 그 가수 이름은 모른다.
--한국계 재단에서 장학금을 받았는데, 보답할 생각은 있는가.
▲당연하다. 어머니 명의로 된 장학재단을 설립해 한국계 학생들을 도울 생각이다.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어머니는 당신에게 과연 어떤 존재인가.
▲엄마는 나의 모든 것이다. 나는 엄마가 나에게 해준 은혜에 도저히 보답할 수없다. 내가 풋볼을 열심히 한 것은 어머니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국에 첫 발을 디뎠을 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 누구도 나에게 기대를 걸지 않았다. 어머니가 없었다면 나는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것이다.
나를 위해 어머니는 많은 노력과 정성을 쏟았다. 이번 슈퍼볼 우승은 나와 어머니가 함께 승리한 것이다.
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일을 그만두고 싶었을 때나 무엇을 하고 싶었을때 어머니로부터 모티베이션(동기)을 부여받았다. 어머니는 '포기'라는 단어를 몰랐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고생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가.
▲어머니는 미국에 입국한 뒤 하루에 무려 3가지 다른 일을 할 정도로 억척스럽게 사셨다. 정말 열심히 일하셨다. 엄마와 나는 정말 어려운 일들을 겪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렇게 잘 지내고 있다. 갑자기 어머니가 만들어준 갈비와 김치 생각이 난다. 내일 어머니를 만날 생각이다.
--어머니는 평소에 당신을 어떻게 가르쳤나.
▲먼저 나에게 겸손하라고 가르쳤다. 네가 대접받기를 원하는 만큼 남에게 그만큼 대하라고 했다.
엄마는 좋지않은 많은 일들을 겪었지만 그것이 어머니의 스피리트(의지)를 꺾진 못했다. 어머니는 다른 사람에게 결코 의지하지 않았다. 무엇을 얻고 싶으면 남에게 부탁하지 말고 네가 스스로 얻어라고 가르쳤다.
--한국 젊은이들에게 할말이 있다면.
▲남들이 '너는 슈퍼 스타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면 그것을 깡그리 무시해라고당부하고 싶다. 너의 꿈을 믿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나의 꿈대로 살아가고 있다.
--혼혈아로서 겪은 어려움이 컸을 것 같은데 ▲나는 반흑인, 반한국인이다. 나는 이 두가지 모두의 장점을 갖고 있다고 본다.
물론 어렸을 때는 내가 반쯤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싫었다. 주변으로부터 놀림과 따돌림을 당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반흑인, 반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어머니는 바로 나다. 어머니는 나의 모든 것이다. 이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2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종에 대해 부끄러워 말라는 사실이다. 반은 미국인, 반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다. 나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면에 대해 더 알고 싶다.
그것은 내가 어렸을 때 창피해서 알기를 게을리 했던 부분이다.
--4월에 한국을 방문할 생각인가.
▲엄마와 함께 방문하려 한다. 우리 엄마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자랐는지 알고 싶다. 젊었을 때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고 싶다.
--한국을 정말 방문하고 싶은가.
▲그렇다. 엄마와 함께 한국을 가는게 아주 기대된다.
--엄마와 만나 슈퍼볼 우승의 기쁨을 나누었는가.
▲아직 엄마를 만나지 못했다. 우승 이후 기자들을 비롯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정말 보고 싶다.
--조만간 하와이로 가서 슈퍼볼 게임을 한다는 얘기가 있던데.
▲어깨를 다쳐 게임에 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당분간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게 될 것 같다.
(애틀란타=연합뉴스) 장익상 조복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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