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탄생의 비밀 풀어줄 '힉스 입자' 찾을까
| 기사입력 2010-04-06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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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대 양성자 충돌 실험 성공… '빅뱅' 재현
물질에 질량 부여 '힉스 입자' 아직까진
이론상으로만 존재… 발견 땐 '물리학 큰 숙제' 해결
한국도 100억원 투입해 '중성미자' 등 입자 연구 박차
지난달 30일 오후 1시6분(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인근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세계 최대 규모의 양성자 충돌 실험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양성자 충돌은 우주의 시작인 '빅뱅'을 소규모로 재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리학자들은 우주 탄생 초기 강력한 에너지의 대폭발(빅뱅)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입자들이 쏟아져 나와 우주를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빅뱅을 다시 일으킬 수는 없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양성자를 충돌시키는 방법이다. 높은 에너지의 양성자를 충돌시키면 빅뱅과 유사하게 다양한 입자들이 쏟아져나온다. 물리학자들은 이 같은 방법으로 수십년간 우주 탄생 초기를 재현하는 데 힘썼다. 우주 탄생의 비밀을 푸는 것이야말로 물리학계를 넘어 인류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번 실험은 200억개의 양성자를 길이 27㎞에 달하는 원형 터널 안에서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해 충돌시키는 것이었다. 서로 반대쪽에서 달려온 양성자들이 3.5TeV(테라전자볼트ㆍ1TeV는 1조 전자볼트)에 달하는 에너지를 품은 채 충돌했다. 충돌 순간 에너지는 총 7TeV였던 것이다. 1.5V 건전지로 치면 약 5조개를 직렬 연결한 것과 비슷한 힘이다. 양성자가 충돌하면서 튀어나온 입자는 검출기를 통해 기록된다. 그 분량은 2초마다 DVD 1개 분량에 달한다. 이번 실험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18~24개월 동안 지속될 예정이다.
◆신(神)의 입자(粒子), 힉스 입자를 찾아라
양성자 충돌 실험이 어떻게 우주 탄생의 신비를 풀 수 있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현대 물리학자들이 우주 탄생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20세기 들어 과학자들은 '표준모형(The Standard Model)'이라는 이론으로 우주 탄생을 설명하고 있다.
이 이론을 요약하면 이렇다. 빅뱅 직후 초기 우주에는 입자와 반입자(입자와 만나면 빛을 내며 함께 소멸해버리는 반대 성질의 입자)가 생겨났다. 입자와 반입자는 처음엔 똑같은 수로 생성됐다가 소멸됐는데, 어느 순간 입자가 반입자보다 많아졌고, 그 결과 입자로 이뤄진 우주의 구성 물질들이 생겨나며 우주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에는 약점이 있다. 처음의 입자 자체에는 '질량'이 없는데, 입자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물질에는 어떻게 '질량'이라는 성질이 생겨났는지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힉스(Higgs)입자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힉스 입자가 다른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고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물질을 구성하는 12개의 입자는 모두 발견됐다. 하지만 아직 힉스 입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힉스 입자가 과연 이번 실험에서 발견될까? 일부 물리학자들은 7TeV 규모의 양성자 충돌에서 힉스 입자가 발견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14TeV 정도의 양성자 충돌 실험을 해야 힉스 입자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물리학자들도 있다.
따라서 이번 실험과정에서 힉스 입자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 CERN은 1년 이상의 휴식을 거쳐 14TeV 정도의 양성자 충돌 실험에 다시 도전할 계획이다.
◆'중성미자' 수수께끼도 푼다
힉스 입자가 표준 모형의 가장 큰 숙제이기는 하지만, 다른 숙제들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김수봉 교수팀이 연구 중인 '중성미자(中性微子)'도 그중 하나다. 김 교수팀은 전남 영광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중성미자 검출시설을 짓고 있다. 중성미자란 표준모형의 12가지 입자 중 3가지에 해당하는 입자인데,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서로 다른 입자로 변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김 교수팀의 목표는 중성미자가 변화하는 정도(상수)를 알아내는 것이다. 이것 역시 물리학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중성미자는 한때 질량이 없던 것으로 여겨졌지만 나중에 질량이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물리학계에서는 중성미자가 변환되는 정도를 규명하는 연구팀들은 노벨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과학자들은 현재 마지막 남은 상수를 찾고 있다.
김 교수팀은 한국이 중성미자 실험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국내의 원자력발전소가 중성미자를 대량으로 방출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영광원자력발전소는 세계에서 출력이 두 번째로 크다. 그래서 연구진은 100억원을 투입해 시설을 지으면서도 양성자가속기 연구시설에 2조원을 투입한 일본과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수봉 교수는 "올 연말쯤 실험시설의 검출기 설치가 완료되면 연구를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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