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크리스천인가―유석렬 모퉁이돌선교회 이사장] “하나님이 날 가만 두지 않았다”
기사입력 2008-10-10 17:48
어린시절 우리집처럼 우환과 가난에 찌들어 매일매일 기적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예수를 믿는다는 것이 주제 넘는 일처럼 느껴졌다. 아버지는 젊어서부터 이름도 모를 속병으로 병석을 떠나지 못했으니 가정형편은 말이 아니었다.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나는 초등학교를 가까스로 마치고 매일 고된 농사일을 도와야 할 형편에서 교회나 하나님이란 말은 귀에 걸릴 수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은 부모가 물려준 믿음과 기도로 크리스천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불행하게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수 있는 것은 무속신앙과 불교가 전부였다. 집안에 우환이 떠나지 않자 부모님은 온갖 무당, 판수, 점쟁이들을 집안으로 불러들였다. 아버지는 산너머 깊은 산속 작은 절에 들어가 스님과 의형제를 맺고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외우곤 했다. 그렇다고 아버지의 병환이 차도가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어느날 누이로부터 4㎞ 떨어져 있는 마을에 예배당이 들어 왔다는 말을 듣고 난생 처음 교회에 가 보았다. 그런데 어쩐지 마음이 끌렸고 그곳에서 평안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그후 우리는 부모님 몰래 교회에 다녔다. 하루는 교회에 갔다 집에 몰래 들어오다가 아버지한테 붙잡혀 무척 혼난 일이 있다. 어머니도 '한 집안에 두 신을 섬기면 집안이 망한다'고 하면서 교회 다니는 것을 극구 반대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나를 버리지 않으시고, 더욱 힘과 용기를 주셔서 가정을 위해 부르짖어 기도하게 하셨다.
어느날 기도 중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집을 떠나 공부하라는 마음을 주셨다. 아브라함이 본토 친척 아비집을 떠나 순종하여 나아갔던 것처럼 나는 용기를 내어 곧바로 무단가출, 고등공민학교를 찾아 입학하였다. 2년만에 검정고시에 합격, 천안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복을 하나님께서 주셨다. 나는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를 가지고 공부에 매달렸고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천안공고 설립 이래 처음으로 서울대학에 들어가는 은혜를 안겨주셨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강권적으로 인도하신 목표가 분명히 있었다. 그것은 나를 통해서 우리 온가족이 하나님 앞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었다.
고학을 통해 서울대를 졸업한 후 경복고교 교사를 하면서 고려대 대학원 정외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 그후 제2의 변신을 시도하기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하루 16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잠자는 시간은 고작 2∼3시간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하나님께서는 기도를 통해 육체의 고통을 이길 힘을 주셨다.
유학 시절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설교, 찬송, 기도로 많은 유학생들이 신앙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영어가 아닌 우리말로 기도하고 성경 보고 말씀을 들을 수 있는 한인교회를 몇몇 유학생들과 함께 세우기로 결심했다.
까다로운 교회설립 규정과 이민국세무서 등록절차를 거친 후 콜롬비아 한인교회를 헌당, 한국인이 모이는 흐뭇하고 은혜로운 신앙의 모임터를 마련하게 되었다.
가장 감사한 것은 미련한 자를 들어 쓰셔서 불신가정이었던 온 가족이 하나님 앞으로 돌아오게 하신 것이다. 아버지는 집사, 어머니는 권사, 사촌의 전 가족, 8남매 중 목사 3명, 장로 3명을 포함하여 온 가족이 기독교인이 되었고, 결혼초기 불신자였던 아내가 장로, 처가 온 식구들이 교회에 중추적인 일꾼으로 봉사하게 하셨다. 능력의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크신 축복이었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로 시작해서 거기서 공직을 마치게 해주셨다. 직장에서는 점심시간을 틈타 직원들과 함께 성경공부를 했고, 외교부 선교회 회장이라는 중책도 맡겨주셨다. 북한선교 전문기관인 모퉁이돌선교회와 인연을 맺은 지도 20년 가까이 된다. 1993년 이사장직을 맡겨주시면서 평생 매달려온 북한 연구의 이론을 바탕으로, 선교현장에서 직접 뛰게 하셨다.
남은 시간 내가 할 일이 있다면, 북한을 복음화시켜 기독교 박해와 우상숭배로 하나님을 외면하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하나님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한 민족이 함께 하나님께 예배드리며 영광 돌리도록 작은 힘을 보태는 것이다. 이 일을 감당하게 해 달라고 오늘도 순종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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