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 관련기사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지대 지하에 설치된 세계 최대 규모의 강입자가속기(LHC)를 운영하는 과학자들은 최근 양자(Proton) 충돌 실험 과정에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 관측됨에 따라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힐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들떠 있다.
LHC 가동 및 실험을 책임지고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지난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LHC의 검출기 가운데 한 곳에서 나온 결과는 일부 입자들이 양자 충돌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새 현상이 관측된 곳은 LHC의 6개 검출기 가운데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 입자(Higgs Boson) 검출에 특화된 CMS 검출기.
CMS 검출기의 선임연구원 겸 대변인인 귀도 토넬리 박사는 "새 양상은 지난 7월 중순에 이뤄진 분석에서도 나타났던 것"이라며 "우리의 발견을 세계 과학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이번에 자료를 공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넬리 박사는 아직 새 현상을 놓고 최근 몇 주 동안 점검과 토론을 거쳤지만, 아직 논란이 종결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단 CERN의 과학자들은 LHC에서 단순 양자 충돌실험을 통해 우주 탄생 직후에 존재했던 미량의 물질을 생성해내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충돌하는 입자들이 빅뱅(Big Bang) 직후 극히 짧은 시간(microseconds) 동안 존재했던 `뜨거운 고밀도 물질'을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물질은 우리의 우주를 구성하는 액체와 가스, 고체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이해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더 복잡한 구조의 핵을 빛에 가까운 속도로 충돌시키면 엄청난 양의 새로운 물리학적 지식들이 쏟아져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또 CERN 측은 새로운 현상이 미국 뉴욕에 있는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거대 입자 구조에 대한 연구와 몇 가지 공통점들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브룩헤이븐 연구소의 라주 베누고팔란 박사는 AP에 "우리는 매우 흥분하고 있다"며 "(CERN의) 실험에서 나온 자료는 양자들이 충돌 과정에서 강화될 수 있는 양적 성질을 지니고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그들이 관찰하고 있는 효과가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으며, 컴퓨터 모니터에 `산마루 형태의 구조'를 띤 도형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효과는 입자 물리학의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궁극의 해답을 찾는 데 있어서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반물질(antimatter)과 다른 입자에 질량을 부여함으로써 우주에 물체와 생명체들이 존재할 수 있게 한 가상입자인 `힉스 입자( Higgs boson)와 같은 것들을 밝혀내는 열쇠가 된다는 것이 물리학자들의 설명이다.
미 브룩헤이븐 연구소의 제임스 길리스 대변인은 최근 실험은 LHC가 많은 비용의 돈을 들여 수리와 업그레이드를 거치는 등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이제 성과를 내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길리스 대변인은 "지금까지 우리는 옛 물리학을 재평가하는 일을 해왔지만, 이제는 새롭고 더 나은 것들을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CERN의 선임 과학자인 조 인칸델라 박사는 설사 최근에 나온 자료들이 당장 유용한 지식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근래의 실험들은 LHC가 새로운 발견을 해내는 데 전례 없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베누고팔란 박사는 또 LHC의 충돌실험 결과는 지극히 작고 찰나에 존재하는 양자들의 양적 변동이 극저온 상태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과거 물리학자들은 수십년 동안 원자를 연구하면서 소규모에 실온 상태로 가동되는 가속기를 이용해왔다.
제네바 외곽 지하 100 ｍ 깊이에 총연장 27 km인 LHC는 현재 설계 목표치의 절반 수준인 7 TeV(테라전자볼트)로 가동되는데 이것만으로도 이전에 있었던 입자 가속기의 3배가 넘는 에너지 수준이다.
이 에너지는 2013년에 14 TeV로 배가될 예정이며, CERN은 오늘 10월로 예정된 충돌실험에서는 단순 양자 대신 더 무거운 납핵을 사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