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9-10 22:03 |최종수정2008-09-10 22:08
기자회견 하는 로베르 아이마르 CERN 사무총장 (제네바=이 유 특파원) 로베르 아이마르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 사무총장(오른쪽)과 린 에번스 대형강입자충돌기(LHC) 프로젝트 책임자가 10일 낮 LHC에 차례로 발사된 두 개의 양성자 빔이 모두 27km의 지하 원형터널을 성공적으로 한 바퀴 돈 이후 화상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lye@yna.co.kr
첫 빔 `52분'만에 27㎞ 원형터널 1회전 성공
(제네바=연합뉴스) 이 유 특파원 = "환상적인 순간이다. 우리는 이제 우주의 기원과 진화에 관한 새로운 이해의 시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10일 오전 제네바와 프랑스 국경지대 지하 100ｍ, 길이 27㎞의 원형터널에 설치된 대형강입자충돌기(LHC)에 발사된 첫 수소 양성자 빔이 한 바퀴 완전히 도는데 성공한 순간, 린 에번스 LHC 프로젝트 책임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이 같이 말했다.
그 순간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의 컨트롤 센터에서 함께 상황을 지켜보던 로베르 아이마르 사무총장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첫 수소 양성자 빔은 이날 오전 9시36분(한국시간 오후 4시36분)에 발사되어 오전 10시28분 시계 방향으로 원형터널 한 바퀴 돌았다. 원형터널의 LHC내 궤도를 1회전하는데 걸린 시간은 52분 정도였다.
첫 번째 양성자 빔이 정상적인 진행을 마치자, CERN은 두 번째 양성자 빔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발사했으며, 이 것 역시 정상적인 진행을 거쳐 낮 12시1분께 1회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아이마르 총장은 "오늘은 지식을 열망하는 CERN과 인류에게 역사적인 날"이라고 환영했다.
그는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우주의 종말은 있는지, 미래에 우주는 어디로 가는지 등에 관해 알고자 하는 욕구를 지니고 있다"면서 "이번 실험은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페르미연구소의 피에르 오돈 국장은 "LHC의 완성은 입자물리학에서 혁명의 시작"이라고 평가했으며, 캐나다 TRIUMF 연구소의 나이젤 로키어 국장은 "양성자에게는 짧은 여행이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라고 말했다.
CERN측은 "오늘의 성공은 앞으로 계속 이어질 실험 단계들 중 그 첫 번째"라면서 "앞으로 몇 주간 에 걸친 실험을 통해 엔지니어들이 LHC에 대한 경험과 확신을 갖게 되면, LHC의 가속 시스템들이 가동되고 본격적인 연구 프로그램을 위한 양성자 빔 충돌실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CERN측은 "양성자 빔 충돌실험이 이뤄지면, 상당기간 4곳의 검출실에서 측정과 교정 작업을 하게 되며, 약 1년 후에 새로운 결과들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CERN은 "LHC의 실험들을 통해 과학자들은 뉴튼의 중력이론에서 시작된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CERN에 따르면, 중력은 질양에 작용하지만 지금까지 과학은 질량을 생성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어, 이번 LHC 실험을 통해 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우주의 모든 입자들의 질량을 결정하는 힉스 입자(Higgs Boson.반물질)를 찾는 문제이다.
또한 우주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암흑물질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도 이번 실험의 목표 가운데 하나이다. 눈에 보이는 물질이 우주의 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자연이 반물질보다는 물질을 선택하게 된 까닭은 무엇인지, 그리고 태초에 물질은 어떤 상태로 존재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연구를 하게 된다고 CERN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