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옷차림에 숨은 욕망 이야기
이      름: 안명준
작성일자: 2008.01.23 - 10:55
2008년 1월 23일 (수) 09:16   파이미디어

옷차림에 숨은 욕망 이야기

[북데일리] 뉴욕 최고의 패션니스트들의 화려한 세계를 보여줬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기억한다. 극 초반 눈에 띄게 촌스럽던 주인공 앤드리아의 옷차림이 세련되게 바뀌면서 점점 자신감을 찾고 악마 같은 상사 미란다의 인정을 받게 된다. 단지 옷차림 하나 바꿨을 뿐인데 외모 뿐 아니라 그녀의 삶이 변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옷은 인간 욕구의 대상으로 부각되며 사회적 지위를 대변하고 있다. 생존하는 모든 동식물들 가운데 인간만이 날마다 자신의 옷차림을 바꾸는 유일한 존재이지 않던가.

옷차림과 스타일에 대한 색다른 정신분석서 <나를 벗겨줘>(은행나무. 2008)는 의복을 착용한 주체의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는 하나의 코드로 자리 잡은 것이 바로 ‘옷’이라고 강조한다.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옷가게, 옷장 속... 옷이 넘쳐난다. 수많은 패션 잡지만 봐도 인간 욕구의 대상으로 옷이 부각되는가 하면, 사회의 코드를 창조하고, 서로 선물하기도 하고 바꿔 입기도 한다. 백화점 바겐세일 기간에는 사람들을 광란의 경지로 몰아넣는 것 또한 옷이 지닌 특성이다.

그렇다면 옷이 우리 삶에서 이토록 큰 자리를 차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두 명의 정신분석 전문의들이 ‘자기 자신도 모르는 마음의 아픔과 욕망이 무의식중에 표출되어 현재의 옷차림으로 정착되었다’고 주장한다. 재미있는 것은 스스로 패션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조차 자기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한다는 점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현재의 옷차림이 보여주는 특징을 통해 주체의 마음을 거슬러 무의식의 세계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려고 하는 흥미로운 정신분석적 시도인 셈.

이는 ‘지금 입고 있는 옷을 보여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것이 아닌 ‘옷차림이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기까지 당신이 겪은 아픔과 충격, 성장에 따른 변화의 흔적이 새겨져 있음’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받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인 여성은 결국 자신의 취향이 아닌 상대의 환상에 자신을 맞추고, 처음으로 접한 브래지어 앞에서 자신의 신체적 미성숙함에 어찌할 줄 모르던 소녀는 수많은 속옷을 수집하고 그것을 통해 원하는 여성상을 연기하는 여인으로 성장한다.

언뜻 도발적인 뉘앙스를 주는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단순한 흥밋거리나 재미를 주는데 그치지 않고, 정신분석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개인의 역사를 조심스럽게 투시한다. 프로이트나 라캉, 융과 같은 정신분석가들의 이론에 기반을 둔 ‘옷에 숨은 욕망이야기’인 것.

프라다를 입는 악마 따윈 상관없다. 옷에 대한 또 다른 시선을 갖게 된다면 ‘나’라는 옷과 신발을 과감히 벗어 던질 용기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사진=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스틸 컷) [구윤정 기자 kido99@pimedil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