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자폭을 광신으로 몰면 안돼…”
NYT, 릴라 교수의 신간 소개
“기독교계의 ‘구원의 열망’과 같은것”
정치를 神에 의존하려는 유혹… 이슬람이나 기독교나 마찬가지
미국 政·敎분리가 오히려 예외
최규민 기자  min4sally@chosun.com
입력 : 2007.08.22 00:14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범들이 기꺼이 자폭 테러를 저지르고, 국민 복지보다 코란의 문구에 집착하는 급진 이슬람 국가들이 유지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들이 그저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 비이성적인 ‘광신도’ 집단이기 때문일까.
미 컬럼비아대 마크 릴라(Lilla)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이들의 사고 방식을 이해하려면 ‘정치 신학(political theology)’의 관점에서 역사를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넓은 의미에서 정치 신학은 모든 인간사를 절대자의 의지로 해석하는 담론(談論)이다. 중세 유럽을 지배한 ‘삼위일체론,’ 이란 혁명을 주도한 호메이니의 사상도 이런 범주에 속한다. 릴라 교수는 “서구인들은 현대적인 세속 민주주의가 필연이라고 믿지만, 서구의 정치제도가 종교로부터 ‘해방’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뉴욕타임스 19일자에 소개된 그의 신간 ‘사산(死産)한 신(Stillborn God·9월 발간 예정)’의 요약.
◆홉스의 아이들, 루소의 아이들=신·구교 간 갈등, 교황권·왕권의 대립에서 비롯된 기나긴 전쟁의 참화 속에서 영국의 사상가 홉스는 인간이 신을 믿는 이유는 “현실에 대한 공포”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정치와 종교를 분리해 절대군주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해야 혼란이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훗날 삼권분립 원리로 다듬어져 자유민주주의의 토대가 됐다.
그러나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가 루소는 기독교를 비판하면서도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천성적으로 종교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믿음은 프랑스 혁명 이후 독일의 낭만주의 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헤겔은 “종교는 사회적 단결을 강화하고 공익을 위한 희생을 장려하는 활력소”라고 주장했다. 이런 생각이 발전해, 19세기 유럽의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종교가 정치와 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국민들에게 부르주아 시민정신과 애국심을 강조했다.
그러나 20세기 초 1차 대전으로 유럽이 파멸에 이르자, 독일의 젊은이들은 강력한 구원을 갈망하기 시작했고, 이는 결국 구세주 사상(messianism)으로 이어졌다. 오래지 않아 구세주 사상은 나치즘과 공산주의를 정당화하는 이론적 근거가 됐다. 루소가 주장한 대로, 신에 대한 인간의 갈망이 너무도 강력하기 때문이었다. 릴라 교수는 따라서 ‘정치 신학’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홉스의 주장처럼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려면 시민 사회가 끊임없이 경계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라지지 않은 구원의 열망=릴라 교수는 자유민주주의가 유럽 대륙에 뿌리내린 것은 2차 대전 이후의 일이라며, 정교(政敎)분리 원칙을 지켜온 미국은 역사적으로 비춰볼 때 오히려 예외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또 이러한 서구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도 무슬림들의 정치 신학을 ‘광신’으로 치부해서는 안되며, 정치와 종교의 관계에 대한 서구와 이슬람의 시각 차이를 인정하고 상호 존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렇다면 기독교와 같은 정치와 종교의 분리가 이슬람에서도 가능할까. 릴라 교수는 비관적으로 본다. 대신 기존의 종교적 신념을 유지하면서도 세속적 삶을 보다 강조하는 급진 이슬람권 내부의 종교 개혁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마치 16세기 기독교 종교개혁가인 루터와 칼뱅이 그랬던 것처럼, 이슬람권에서 실제 이러한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것이 릴라 교수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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