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세계종교사상사 & 시계가 걸렸던 자리
[뉴스메이커 2005-11-04 11:42]
세계종교사상사
인류 역사 속 종교의 의미는?
사람들은 현대 종교학의 거장으로 미르치아 엘리아데를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시골길에 쌓여 있는 돌더미, 마을 입구에 우뚝 선 장승, 심지어 길가의 돌멩이 하나, 시냇물 한 바가지와 같이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허투루 취급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 앞에서 촛불을 밝히고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염원하는 순간, 그것들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신성한 것이 된다.
엘리아데는 그의 유명한 저서 ‘성과 속’을 통해 이와 같은 주장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간추려 말하면 모든 인간은 ‘종교적’이라는 것, 종교는 우리 삶의 곳곳에서 살아 숨쉬는 일종의 유기체라는 것, 종교는 인간 정신의 결정체라는 엘리아데의 종교관이 ‘성과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성과 속’이 종교학자인 엘리아데의 사상을 핵심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면 국내 최초로 출간된 ‘세계종교사상사’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전 세계 종교의 탄생과 발전사를 포괄적으로 다루었다. 엘리아데의 계획대로였다면 ‘세계종교사상사’는 원래 전 4권으로 출간됐겠지만 엘리아데의 지병 악화와 죽음으로 인해 3권으로 마무리되었다. 그 3권을 번역한 것이다.
서문에서 엘리아데는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 아니 오히려 인간이 된다는 것은 ‘종교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는 종교 현상에 스며 있는 통일성과 새로움을 발견하려고 애쓴다. 그가 통일성을 강조하는 까닭은 그것이 “종교학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목만으로 따진다면 이 책은 고대부터 각 종교가 발전해온 과정 설명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하지만 엘리아데는 그보다는 하나의 종교 현상을 동시대뿐만 아니라 다른 시대, 다른 지역에서 나타나는 종교 현상과 비교하면서 그것이 지닌 통일성과 창조적 의미, 즉 새로움을 분석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쏟는다.
1권에서 엘리아데는 구석기 시대 사람들의 주술에 관해 이야기한다. 불의 이용, 도구 제작, 암벽화 등 구석기 시대 사람들의 행위 하나하나에는 종교적 의미가 가득하다. 이후 수메르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 등에서도 종교는 인류와 불가분의 관계였다. 그때의 종교 제의에는 척박한 자연환경을 이겨내고 풍요로운 수확을 꿈꾸는 염원이 담겨 있었다.
2권에서는 주로 동양의 종교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공자, 노자, 장자 등 고대 중국의 종교(사상)들이 어떻게 탄생하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설명한다. 붓다를 중심으로 불교가 걸어온 발자취도 더듬고 힌두교와 이란의 종교까지 거론한다. 다시 말해 2권에서 엘리아데는 동양의 각 종교가 어떻게 체계를 잡고 정교해졌는지 알기 쉽게 정리했다. 2권에서는 또한 기독교의 탄생과 이교와 부딪치면서 자리잡은 기독교의 정착과정을 보여준다.
마지막 3권의 중심은 이슬람교다. ‘신의 사도’인 마호메트, ‘쿠란’의 가르침, 고난을 겪다 메디나로 이주하면서 ‘유랑 끝의 승리’를 얻은 이슬람교의 초기 전개과정을 담았다. 이와 함께 동서 교회의 갈등과 십자군 전쟁 등으로 분열한 기독교와 그에 따른 종교개혁을 총체적으로 다루었다.
비록 엘리아데가 뜻한 바대로 4권을 펴내지는 못했지만 미완성이나마 ‘세계종교사상사’는 인류의 값진 지적 재산이다. 이 저작만큼 여러 종교와 민중신화, 풍습, 마술, 연금술 등을 총망라한 세계종교사상사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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