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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미로슬라브 볼프의 『삼위일체와 교회』
데스크승인 2012.08.11 07:00:03 김동수 | 교수. 평택대 신학과
글로써 볼프(M. Volf)를 처음으로 접한 것은 하버드대 신학부 시절에 하비 콕스(H. Cox)로부터 오순절신학이라는 과목을 수강 할 때였다. 우리는 오순절 신학에 관한 주요 논문을 읽고 토론을 했는데, 그 중의 하나 볼프의 논문도 들어 있었다.
당시 신학자 볼프라는 이름은 내게 그리 낯익은 이름은 아니었다. 그런데, 오순절 신학을 설명하는 그의 논문은 놀라운 통찰력을 담고 있었다.
오순절 신학과 남미의 해방 신학이 전통 신학과는 달리 현재의 하나님 나라(Kingdom now)에 관심이 있는 신학이라는 것을 그는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그 다음에는 책으로 볼프를 만났다. 바로 『베풂과 용서』(서울: 복있는 사람, 2008)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님이 어떤 분이라는 것이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바로 베푸시고 용서하시는 분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신학적 통찰력을 자신의 삶과 버무려 성서의 진리를 놀랍게 오늘의 현장으로 가져온 책이다.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나름대로 섬길 신을 만들고 있는지,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실존적으로 이런 하나님을 어떻게 인식하게 되었는지 볼프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이제 또 한 번 볼프의 책과 만났다. 바로 『삼위일체와 교회』(서울: 새물결플러스, 2012)다. 이 책은 본래 독일 튀빙엔 대학에 교수 논문 자격 논문으로 제출되었던 것이다. 독일 권에서는 박사 학위논문 외에 교수가 되려면 그 보다 높은 수준의 교수 자격 논문이 필요하다. 이 책은 교회의 본질이 무엇이고, 또 교회는 어떠해야 되는지를 조직신학적으로 기술한 책이다.
하지만, 교과서적으로 교회론을 쓴 것은 아니다. 가톨릭과 동방정교회의 대표적인 교회론 학자인 라칭거(당시 추기경, 현 교황)와 지지울라스(동방교회 신학자)를 대화 상대자로 삼아 자신이 믿는 교회론을 펼쳐나간다. 여기에 볼프는 자유 교회 초기 사상가인 스미스를 소개하면서 자유 교회(회중 교회, 혹은 국가와 직접 관련이 없는 교회)의 교회론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본서는 좀 어려운 책이다. 본래 이 책이 신학생이나 대중을 위해서 쓴 것이 아니라 전문 신학자들 간의 대화를 위해서 쓴 것이기에, 전문가들이 상호 알고 있는 것은 설명하지 않으며 전문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본서에서 질문하는 내용은 기독교인의 삶과 깊이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이 질문은 책 속에 갇힌 질문은 아니다.
본서가 질문하는 것은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교회는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볼프는 삼위일체 인격체 간의 존재 양식이 교회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어 원서의 제목도 “우리[삼위일체 우리]처럼: 삼위일체의 이미지로써의 교회”이다.
사실, 삼위일체 자체도 이해하기 쉬운 주제가 아니다. 그런데 그 모습대로 교회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은 더욱 더 어려운 것일 수 있다. 볼프가 이해하는 삼위일체의 모습은 이른바 성부가 성자와 성령을 지배하는 군주적 삼위일체론이 아니다. 그는 그의 선생 몰트만(J. Moltmann)을 따라 이른바 삼위간의 민주적 삼위일체론이다. 즉 삼위일체 각 위격은 인격 간에 상호 의존적이고 상호 내재적이다.
볼프의 말을 그대로 빌리면, “하나님의 신적 인격은 단지 그 자신일 뿐만 아니라, 자신 안에 다른 신적 인격들을 동시에 담지한다. 그리고 오로지 그 안에 이러한 다른 인격들이 내주하는 것 가운데 그 인격은 진정한 인격이 된다.”(349) 즉 삼위일체는 각 인격이 “융합이나 혼합 없이 상대방 안에 내재하는 것이다.”(348)
볼프는 이러한 삼위일체가 교회의 원형이라고 말한다. 교회에서 각 개인은 하나님의 주신 고유한 특질을 잃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교회 내에 있는 개인은 개인의 연합이 아니라 상호 인격을 내재적으로 공유한다. 그래서 몸에 있어서 한 지체가 아프면 모든 지체가 그 아픔을 공유하게 된다.
그래서 “신앙은 교제 안으로, 즉 삼위일체 하나님과 또 다른 그리스도인들과의 교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293) 볼프가 여기서 삼위일체의 존재 양식과 교회의 존재 양식에서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중요하게 본 것이 바로 코이노니아이다. 교회의 본질은 바로 예수를 그리스도로 신앙고백하는 이들이 모여서 교제하는 데 있다(마 18:20)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교제를 깨는 것은 어떤 것일까? 첫째, 한 지체가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교제를 깨는 것이다. 둘째, 지체가 인격체 간의 상호 내주 없이 독립적 개인의 연합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교회 안에 삼위일체적 모습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한 사람 혹은 한 직분자 중심이 아니라 다중심으로 가야하는 것이다. 또 모든 신자는 서로 형제 혹은 친구의 관계로 서로 교제하고 개인의 특질이 없어지지 않으면서도 상호 내주에 의해 교회의 모습을 형성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회론은 오늘 우리 한국 교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본래 이 책은 로마 가톨릭과 동방정교회같은 감독제 교회의 교회론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있는데, 외려 우리 한국 교회 이해에 대한 비판으로 읽어도 무리가 없다. 우리의 교회는 조직도 본질도 너무도 유교 사상과 세속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사람이 지배하는 교황제를 비판하는 많은 개신교가 오히려 담임 목사 한 사람 혹은 교회에서 힘을 쓰는 사람(들)의 지배하에 움직이고 있다. 또 서구의 세속주의에서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교회에 와서 서로 연합과 상호 내주가 없다. 단지, 개인의 집합이 교회에서 각자가 같은 시간에 예배할 뿐이다. 교회로써 각 개인은 하나의 몸을 형성해야 한다.
본서는 우리의 신앙에서 삼위일체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 이해가 바탕이 되어 우리는 교회도 이해한다는 것이다. 좀 어렵긴 해도, 인내를 가지고 재독 삼독을 하면 볼프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드러날 것이다. 신학자들, 신학생들, 목회자들, 관심 있는 평신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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