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한국 교회 신학자들의 시국선언이 있었다. 한국 교회 120년 역사 속에서 시대 상황에 따라 많은 시국선언이 쏟아졌지만 이번 선언이 남다른 것은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신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의 선언이 자신의 신학 성향보다 성경을 더 우위에 두자는 근본적인 접근이었다는 점에서 여타 시국선언과 변별성을 갖는다.
그동안 한국 교회 신학계는 보수와 진보라는 양대산맥을 넘지 못하고 서구 신학의 재생산에만 몰두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성경을 통한 재정향(再定向), 한국 신학자 140인 서울선언'을 통해 신학자들은 '진영'을 넘어 성경에 더 기초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사실상 진영을 초월하게 됐다. 한국 교회 위기의 근원지를 신학교와 신학자들로 보고 거기서부터 해법을 찾자는 취지였고 신학자부터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자기반성이었다.
한시미션 대표 조병호(48) 박사는 많은 신학자들이 이 선언에 서명할 수 있도록 물밑 작업을 기울여왔다.
'재정향 선언'의 배경과 의미를 직접 기술했던 그는 성경통독의 전문가로서 일찍부터 보수와 진보로 나뉜 한국 교회가 하루속히 연합하고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한국 교회는 과거 보수와 진보로 나눠진 상황에서 사회정치적 변화와 상황논리에 휩쓸려 편향적으로 성경 읽기와 이해를 했다는 주장이었다.
이러한 그의 생각과 최근 신학자들의 각성은 재정향 선언의 준비에 함께하는 계기가 됐다. 선언을 위해 올 초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감신대 박종천 교수 등과 함께하면서 신학자들을 만났다. 선언 문건 초안을 들고 뛰어다니며 서명을 설득했다. 어떤 학자는 흔쾌히 서명에 응해줬고 어떤 교수는 문건만 읽고 서명하지 않았다. 서명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 박사는 충분히 이해했다. 오랫동안 견지해온 자신들의 신학적 경향에 방향을 튼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성공적이었다. 애초 100인 서명을 준비했으나 뜻을 같이하는 학자들이 늘어 140명까지 많아지게 된 것이다. 1500명 한국 신학자 중 10분의 1이 동조한 셈이었다.
조 박사는 재정향 속에 한국 신학이 세계 신학이 되는 꿈을 꾼다. 그동안 서구 신학을 수신(受信)만 해왔다면 이제는 발신(發信)해 보자는 것이다. "서구 신학의 수신에만 익숙한 한국 신학이 이제는 성경으로 돌아가 우리가 가진 신학의 바탕 위에 세계 신학을 꿈꿀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성경 해석학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똑같은 성경 텍스트를 사용하지만 각자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 성경을 조명한다는 것이 문제다. 서구는 서구 입장에서, 아시아는 아시아적 입장에서 성경을 볼 수밖에 없다. 조 박사는 그런 차이를 인정하되 정과 가족 중심의 관계 등 동양인이 갖는 문화적 경험을 무시하지 말자는 것이다.
여기에서 성경을 경전적으로 볼 뿐 아니라 심정적으로 보자는 말이 나왔다. 경전적으로 성경을 해석한다는 것은 분석적이고 문법적인 성경해석, 즉 성경을 성경 자체로 해석하는 방법을 뜻하며, 하나님의 마음으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조 박사는 쉬운 예로 노아홍수 사건을 들었다. "서구 시각에서 방주는 구원, 홍수는 심판으로 보고 있지만 심정적으로 볼 때 하나님 입장에서도 홍수로 하는 심판이 얼마나 마음 아프셨겠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빗물은 심판의 도구이면서 동시에 하나님의 눈물일 수도 있는 겁니다."
조 박사는 이러한 심정적 해석을 경전적 해석과 함께 세계 기독교를 향해 내놓자고 제안했다. 단지 동양적 해석학으로 국한시킬 게 아니라 지난 100여년 한국 신학이 수신했던 신학의 기반 위에 한국적 이해와 해석을 첨가하자는 것이다. 그런 통전적이며 소통 가능한 해석을 하게 될 때 미국이나 중국 교회 등 세계의 교회가 배울 거라는 소망이다. 19년째 한국 기독교와 세계 교회의 성경 통독 대중화를 위해 힘써온 조 박사는 장신대, 연세대, 영국 에든버러대학에서 공부했고 버밍엄대학교에서 역사신학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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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연구원 설립 채이석·이상화 목사， 
한국 신학자 140인 서울 선언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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