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 신학자들, 세속화 해법 모색
신학 전분야에 걸친 총체적 분석 제시 [2008-10-25 21:51]
▲25일 숭실대에서 열린 제52차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학술발표회. ⓒ송경호 기자
한국의 내로라하는 복음주의 신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국 기독교의 세속화를 근심하고 해법을 고민했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 김성영 전 성결대 총장)는 25일 ‘세속화 시대와 기독교 영성’을 주제로 숭실대 벤처관에서 제52차 논문발표회를 열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계속된 이번 발표회에서는 주제발표에 박종순 목사(충신교회)와 나용화 교수(개신대학원대학교) 2인, 주제논문 분과발표 9인 및 논평 9인, 자유논문 분과발표 9인 및 논평 9인이 나서는 등 한국 기독교 세속화 문제에 대한 총체적이고도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발표회는 전국 각지에서 300여명의 신학자들이 참석해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박종순 목사. ⓒ송경호 기자
박종순 목사 “세속화는 예수 닮기를 포기하는 것”
먼저 목회자의 입장에서 ‘세속화 시대와 기독교 영성’을 주제로 발표한 박종순 목사는 ‘세속화’를 “기독교의 본질을 떠나는 것, 창조의 형상을 망가뜨리는 것, 예수 그리스도를 닮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학자들의 분발을 요청했다.
박종순 목사는 특히 신학의 세속화를 경계하며 “인본주의적 접근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것이 신학의 세속화”라고 강조했다. 기적과 천사, 천국, 지옥, 부활 등을 인정하지 않는 자세를 그같은 예로 들었다. 또 십자가 외의 구원을 말하거나,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고 하는 다원주의적 시각을 배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종순 목사는 교회가 세속화를 막기 위해 ▲초월성과 내재성의 균형을 이루고 ▲교회 중심의 신앙을 할 것 ▲은사지상주의나 신비주의에 빠지지 말 것 ▲공동체적 영성을 지닐 것 ▲현실참여에만 맹목적으로 강조하지 말 것 등을 요청했다.
박 목사는 신학자들을 향해 “신앙과 신학의 괴리, 신학과 교회의 괴리, 신학과 삶의 괴리를 줄여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신학은 교회를 지키고 교회는 신학을 발전시켜야 한다”며 “신앙 있는 신학자, 신앙에 근거한 신학교들이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용화 교수. ⓒ송경호 기자
나용화 교수 “자유주의는 이념에 불과, 보수주의는 하나님 나라에 소극적”
‘기독교의 세속화와 복음주의 영성’이라는 주제로 신학자의 입장에서 발표한 나용화 교수는 “기독교는 세속화된 현실에 대해 적그리스도인들에게 자기 변명을 늘어놓기보다는 세속화된 기독교를 반성하고 본래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 교수는 이 시대 한국 기독교가 세속화를 지양하고 복음주의적 영성을 회복하기 위해 본받을 인물로 땅콩박사 조지 워싱턴 카버(1860?-1943)와 오방 최흥종 목사(1880-1966)를 들었다.
카버는 흑인으로 태어나 미국사회에서 평생 엄청난 차별을 받았음에도, 백인들을 욕하거나 저주하지 않고 땅콩과 고구마 등 농업 연구에만 매진해 인류에게 유익을 주는 일에 힘을 쏟았다. 그러면서도 보상도 받지 않고 특허권도 주장하지 않았다. 최흥종 목사는 평생 의료선교에만 헌신했을뿐만 아니라 한국 기독교가 신사참배 움직임을 보이자 스스로 거세하고 지인들에게 사망통고서를 보낸 뒤 은거하는 등 신앙 절개도 뛰어난 인물이었다. 나 교수는 이들의 삶을 “진정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본받은 삶이며 하나님을 경외하고 백성을 사랑한 삶”이라고 평가했다.
나 교수는 이어 기독교의 세속화 현상에 대해 ▲예배의 형식화 ▲권위주의 ▲이기적 기복주의 ▲폭력화 경향 등을 꼽았다. 또 자유주의신학의 경우 “하나님을 떠나 하나님 없이 행동하는 바 세속화된 사회주의 이념과 운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수주의신학의 경우 “이 땅에 이미 시작된 하나님의 나라에 관심이 적고,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데 있어서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나용화 교수는 “복음주의 영성은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성숙해가는 성화와, 심령이 성령으로 뜨거워져 하나님께 몸과 마음을 드리는 경건의 능력이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인 성결과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대속적 죽음과 부활을 믿는 믿음으로 활성화되어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며 “그러므로 복음주의자는 성경과 하나님의 은혜와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성령으로 말미암아 청결한 양심과 거짓 없는 믿음을 통해서 나는 사랑과 경건의 능력과 거룩함으로 하나님의 영광과 그의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드려서 살아야 한다”고 세속화 해법을 제시했다.
▲이정익 목사. ⓒ송경호 기자
이정익 목사 “영적 체온을 심각하게 재야 할 때”
이번 발표회에서는 이밖에도 선교, 윤리, 상담, 신약, 조직, 교육, 역사, 구약, 실천 등 신학 전 분야에 걸쳐 권위 있는 신학자들이 나와 각자의 영역에서 한국 기독교 세속화 현실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앞서 열린 개회예배는 김성영 회장의 사회로 심상법 서기(총신대)가 기도, 남성현 부서기(한영신대)가 성경봉독,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가 설교, 이효계 총장(숭실대)가 환영사, 최종진 박사(한국기독교학회)가 축사, 성주진 총무(합신대)가 광고, 도한호 총장(침신대)가 축도를 했다.
이정익 목사는 ‘영성의 회복’(막 6:45~46)이라는 주제의 설교에서 “지금 한국교회가 모두 영성이 고갈돼 ‘인본주의’라는 뼈대만 남았다. 영감과 계시가 끊기고 인간의 소리만 가득 차 있다”며 “영적 체온을 심각하게 재고 영성을 회복하는 귀한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폐회예배는 손석태 부회장(개신대 총장)의 사회로 이승구 교수(국제신대)가 기도, 박응규 교수(아신대)가 성경봉독, 김영한 박사(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장)가 ‘신학의 신율성’(고전 3:18~23)을 주제로 설교, 성주진 총무(합신대)가 광고, 김영한 박사가 축도를 했다.
고신대, 서울신대, 성결대, 총신대, 침신대 등의 보수 복음주의 신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복음주의신학회는 한국기독교학회(회장 최종진 박사)와 함께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신학회 중 하나로, 매년 봄과 가을 회원 전체가 참석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해 한국 신학계의 발전과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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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세속화 극복 위해 말씀·성령으로 살아야”
기사입력 2008-10-2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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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 김성영)는 25일 숭실대에서 정기 논문발표회를 갖고 세속화 시대 속의 기독교 영성을 조명했다. 150여명의 신학대 교수들은 세속화라는 시대적 상황에 맞서 교회가 바른 신학과 영성을 기반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발제자로 나선 박종순 충신교회 목사는 교회의 세속화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학과 신앙, 교회, 삶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남색의 도시였던 소돔과 고모라, 성폭행이 횡행했던 세겜성, 사사였음에도 이방 여인을 취해 파멸의 길로 갔던 삼손, 라오디게아교회의 책망 등에서 볼 수 있듯 세속화의 문제는 개인과 가정, 공동체에 늘 있어 왔다"면서 "세속화는 결국 기독교의 본질에서 떠나 창조 형상을 망가뜨리고 예수의 마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에서 나타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신학의 세속화로 인본주의적 접근을 통해 신학을 조명하고 성경을 해석하겠다는 발상"이라면서 "이것은 기적과 천국, 부활, 원죄 등을 인정하지 않고 예수 십자가 말고도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위험천만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박 목사는 세속화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말씀과 성령, 지성과 영성의 균형과 십자가 아래 통합된 공동체적 영성을 제시했다.
나용화 개신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세속화의 원인이 죄에 있으며, 기독교의 세속화는 예배의 형식화와 교회 안의 권위주의, 이기적 기복주의, 탐욕과 정욕의 향락주의, 교회내 폭력에서 기인한다"며 "복음주의 영성만이 세속화를 극복하는 지름길이며 성경과 은혜, 십자가와 성령으로 청결한 양심과 거짓 없는 믿음을 통해 세상에 빛을 발해야 한다"고 실천신앙을 강조했다.
이어 신학자들은 선교 윤리 상담 조직 실천 등 9개 주제에 따라 논문을 발표하고 "한국교회가 기독교 영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성경을 바로 연구하고 실천하는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영 성결대 교수는 "이번 발표회가 세속화에 노출된 한국교회에 영적 위기를 극복하고 복음으로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당면 과제를 주지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