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10-17 16:42 |최종수정2006-10-17 16:42
‘건강한 소그룹이 건강한 교회를 만든다.’
아마 이 같은 목회 원리를 무시하는 목회자는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소그룹 운동은 현재 한국을 비롯한 세계 교회의 대세다. 대형 교회는 소그룹 운동을 통해 메가 처치의 단점을 극복하고 있으며 소형 교회는 건강한 성장 동력을 작은 모임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한국 교회에서도 단순한 구역과 속회 조직을 넘어 셀교회 G12 D12 등 다양한 형태의 소그룹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채이석(51·비전교회) 이상화(43·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목사는 10년째 한국 교회에 건강한 소그룹 운동이 정착될 수 있도록 진력해온 목회자들이다. 두 목회자는 미국 시카고의 트리니티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중 세계적 전도학자인 로버트 콜먼 박사로부터 소그룹 목회 사역을 소개 받았다. 당시 콜먼 박사는 왕성하게 소그룹 사역을 하던 동생 라이먼 콜먼 박사를 소개했다. 라이먼 콜먼 박사는 미국 소그룹 운동의 모체가 되었던 세렌디피티하우스의 설립자 겸 총재다.
그들은 콜먼 박사를 만난 뒤 소그룹 사역이야말로 한국 교회가 살 길이라고 판단하게 됐다. 콜먼 목사는 두 목회자에게 소그룹 목회 운동을 한국에서 벌일 것을 권유했다. 이에 따라 채 목사와 이 목사는 10년 전 한국소그룹목회연구원(www.smallgroup.co.kr)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한국 교회에 소그룹 운동을 확산시켜나갔다. 현재 채 목사는 연구원 원장으로,이 목사는 연구원 대표로 협동 사역하고 있다. 소그룹하우스출판사도 만들어 다양한 소그룹 관련 전문서적을 펴내고 있다. 이들의 노력을 통해 한국 교회의 소그룹 목회 사역은 더욱 풍성해졌다.
“왜 소그룹 목회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이들은 먼저 소그룹 목회에는 강한 성경적 근거가 있다고 말한다. 채 목사 등에 따르면 사도행전 2장 42∼46절에서 나타나는 교회의 모습이 소그룹 목회의 모델이다. 초대 교회 성도들은 교회와 집에서 모여 떡을 떼고 교제하며 함께 말씀을 나눌 때 폭발적으로 부흥했다. 현재에도 이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건강한 소그룹을 통해 건강한 교회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소그룹 목회는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실행하는 교회와 그렇지 않은 교회 간에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다고 이 목사는 역설했다.
현대 사회가 소그룹을 강하게 원한다는 사실도 교회가 소그룹 목회에 치중해야 하는 이유다. “하이테크 시대에서 사람들은 하이 터치를 필요로 합니다. 가슴을 열고 대화할 상대가 없는 사회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신뢰감 있는 소공동체에 속하고 싶어합니다. 그 공동체가 교회의 소그룹일 경우 강한 치유와 회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채 목사의 말이다.
그동안 소그룹목회연구원은 국내와 세계 교회의 역사 속에 나타난 소그룹을 연구하며 현재 한국 교회에 맞는 소그룹 모델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선보인 것이 ‘맞춤형 소그룹’이다. 맞춤형 소그룹 목회는 각 교회가 단순하게 셀 목회나 G12 등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역사와 현실에 맞춰 소그룹 운동을 벌여나가는 것이다. 연구원은 교회 컨설팅 작업을 거쳐 해당 교회에 가장 알맞은 소그룹 방안을 제시해준다. 교재도 천편일률적인 것이 아니라 그 교회에서 적용할 수 있는 맞춤형 자료를 제공한다.
그룹도 더욱 세분된다. 예를 들면 수능시험을 치러야 하는 고3 부모들에게는 ‘고3 학부모 소그룹’을 운영하게 한다. 이 그룹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1년 동안 영적 주도권을 가지고 자녀들을 섬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며 동질감을 갖게 된다.
연구원은 ‘건강한 소그룹,건강한 교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전국 교회를 향해 사역하고 있다. 소형 교회뿐 아니라 소그룹 운동을 벌이려는 대형 교회에서도 연구원의 도움을 받고 있다.
역사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채 목사는 목회는 ‘영혼을 돌보는 사역’이라고 설명했다. 돌봄과 보살핌이 중요하며 이 같은 사역은 소그룹을 통해서만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에서 변증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 목사는 소그룹이 자신들만의 돌봄과 보살핌에서 끝나지 않고 좀더 거시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섬기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가 좋사오니’ 식의 ‘변화산 증후군’에서 탈피할 때 소그룹 운동이 사회를 향한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안의 작은 교회’란… 믿음·소망·사랑의 공동체
저명한 소그룹 인도자인 로베르타 헤스테네스는 "소그룹은 정해진 시간에 3명에서 12명 정도의 크리스천들이 주님 안에서의 풍성한 삶을 위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성장하려는 공통의 목적 아래 의도적으로 얼굴을 맞대고 한자리에 모이는 모임"이라고 정의했다.
소그룹목회연구원은 헤스테네스의 정의를 근거로 소그룹을 의도적 모임,얼굴을 맞대고 모이는 모임,3명에서 12명이 모이는 모임,정해진 시간에 모이는 모임,동일한 목적을 지니고 만나는 모임,발견을 위한 모임,성장을 위한 모임 등이라고 풀이한다.
연구원은 이 같은 학술적 차원의 정의 외에 피부에 와닿는 정의도 내린다. 소그룹은 한 마디로 '모든 사람이 당신의 이름을 아는 곳'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소그룹은 '나를 진정으로 도와줄 그 한 사람이 있는 곳'이라고 정의한다. 종교 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소그룹을 '교회 안의 작은 교회'라고 정의했다. 연구원은 이 같은 관점에서 "소그룹은 교회와 마찬가지로 믿음과 소망,사랑의 공동체다. 그러므로 소그룹 안에서 진정한 의미의 성도의 교제와 사랑을 나눠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연구원은 건강한 소그룹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한 사람의 잠재력을 인정할 것,모든 잠재력은 예수님에 의해서만 최고로 실현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것,협력과 나눔을 위해 구체적인 약속을 할 것,내적 변화를 추구할 것,열린 소그룹을 만들 것,성경 중심적이 될 것,영적 전체성을 지향할 것,풍성한 교제의 기쁨을 누릴 것 등 8가지를 제시했다.
이태형 전문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