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터 맥그래스 교수―김홍기 교수 대담] 세상과 소통하는 실천적 영성 회복해야
기사입력 2008-05-27 17:27
성공회 사제 출신의 역사신학자 앨리스터 맥그래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와 김홍기 감신대 교수가 지난 20일 감신대에서 프랑스 종교개혁가 장 칼뱅과 감리회 창시자 존 웨슬리의 영성에 대해 대담했다. 두 사람은 칼뱅과 웨슬리 영성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바탕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영성을 토의했다. 세속주의와 물질주의가 교회를 침범하는 현실 속에서 행동주의적 영성이 더욱 요청된다는 의견이었다.
-기독교인에게 영성은 매우 본질적인 것이다. 웨슬리와 칼뱅 영성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맥그래스 교수=히브리어 '루아흐'에서 유래한 영성은 호흡(생기, 생명)과 바람이라는 뜻에서 확장된 의미를 갖는다. 기독교인의 영성은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으로 예배와 생활 속에서 나타나게 된다. 공통적으로 성경의 기초와 신앙의 성숙을 강조했고, 하나님의 도움없이 신앙 성숙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차이점은 칼뱅은 하나님의 예정을 강조하는 반면 웨슬리는 하나님 요청에 대한 인간의 응답을 강조했다.
△김홍기 교수=두 사람의 영성은 실천적 영성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칼뱅은 예정에 든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한 확신, 구원의 확증을 얻기 위한 행동에 초점을 뒀다. 웨슬리는 품성의 변화를 통한 성화를 추구했다. 작은 예수로 성숙해가기 위해서는 사랑의 실천과 경건의 수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국교회가 칼뱅과 웨슬리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가?
△김 교수=제도적으로는 칼뱅의 회중주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영성과 신학면에서는 웨슬리의 체험적 복음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회중주의 영향으로 교회가 개교회 중심의 이기주의 경향을 보인다. 반면 웨슬리의 복음주의는 사회와의 관계를 중요시하기도 한다.
△맥그래스 교수=한국교회의 제도와 분위기는 칼뱅과 웨슬리라는 두 가지 전통이 있다고 본다. 회중교회는 개교회 발전에 도움되지만 다른 교회나 사회의 관계에 대해 한계를 갖는 단점이 있다. 웨슬리적 복음주의는 신앙의 뜨거움을 강조하지만 세상과의 관계를 놓칠 수 있다. '균형'이 필요하다. 세상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신앙의 성숙을 이뤄가야 한다.
-웨슬리와 칼뱅의 행동주의적 영성이 신앙 제일주의 경향을 보이는 한국교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맥그래스 교수=두 사람 모두 신앙을 가진 사람은 하나님 뜻을 이루기 위해 수련을 해야 한다고 했다. 현실에서 행동을 중요시한다는 면에서 같다. 칼뱅은 감사하게 일하는 것을 통해 확증을 얻으라고 했다. 웨슬리는 품성의 변화를 위해서 행동하고 사랑하라고 했다. 사랑을 실천한다는 면에서 같은 영성이다. 한국교회는 실천을 통해 사회의 비판을 극복하고 나아가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
△김 교수=제도적으로 한국교회에는 장로교회 영향이 컸다. 감리교회도, 성결교회도, 순복음교회도 장로제 없는 교회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영성과 신학의 특징은 웨슬리적이다. 행동주의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 맹목적 신앙에서 벗어나 지성적인 성숙한 신앙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현재 세계를 지배하는 경제체제인 자본주의와 기독교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가?
△맥그래스 교수=교회가 자본주의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에 '선한 영향'을 미쳐야 한다. 자본주의 제도 속에서 일방적인 착취가 아닌 상호적인 공생 관계를 구축해가야 한다.
△김 교수=웨슬리는 경고했다. "열심히 벌고 열심히 저축하고 열심히 나누어 주라." 이런 경제 윤리가 중요하다.
-칼뱅과 웨슬리의 영성론을 바탕으로 한국교회의 물질주의와 세속주의 경향에 대해 조언하면?
△맥그래스 교수=교회는 부자와 가난하고 상처받고 소외된 이들이 모이는 곳이다. 약자를 돌봐야 한다. 선한 사역에 부를 써 하나님을 증거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김 교수=칼뱅과 웨슬리의 행동주의적 영성을 통해 작은 예수가 되려는 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너무 오랫동안 신앙제일주의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위기가 왔다.
진행·정리=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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