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기사입력 2007-11-02 19:37
교회에도 강남형과 강북형이 있다? 성장과 운영모델에 따라 강남형과 강북형 교회를 구분하는 교회분석론이 최근 교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평신도를 중시하는 강남형 교회는 성도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비해 목회자 중심의 강북형 교회는 전통 사역을 중심으로 성장을 추구한다는 것.
◇개발모델에서 기업모델로 이동=1970∼80년대 발전국가를 모델로 급격한 성장을 이뤘던 한국 교회에는 90년대 이후 기업과 유사한 조직을 갖춘 교회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교회가 목회자를 중심으로 위계화된 조직을 갖추고 성장을 목표로 발전한 과정은 개발독재국가의 조직과 유사하다. 그러나 90년대 다른 유형의 교회가 강남을 중심으로 생겨났다. 소비자를 위해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교회이다.
강남형 교회는 교인들을 목회자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평신도들이 전문 분야에서 직접 사역하도록 장려한다. 부모에게는 자녀양육법, 청소년에게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노인에게는 여가활용법 등을 알려주는 등 교인 개개인의 요구에 충실하다. 소비자에게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 기업의 전략과 흡사하다.
정정훈 연구공간 수유+너머 연구원은 지난달 26일 서울 신촌 연세대에서 열린 2007 교회의 날 행사에서 ‘교회와 세상, 그 코드적 동일성에 관한 묵상’을 제목으로 이 같은 교회성장 모델의 변화를 발제했다.
그러나 강남형 교회의 단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국헌 Hope21선교센터 소장은 11월 기독교사상에 게재한 ‘강남 신자들의 신앙적 문법’이라는 글에서 “강남의 교회는 교인들이 바라는 물질적 기복주의 신앙을 장려해 기독교정신의 본질을 희석시키고 윤리적 해이를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세속화 성찰 VS 단선적 이분법=교회의 특징에 따라 강남형과 강북형 교회로 논의하는 데 대해 교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국기독교장로회 한 중견 목사는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교회가 목회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강했다”며 “이제는 새로운 유형의 교회가 등장하고 있어 그 모델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교단 총회 한 목사는 “교회는 성서에 근거해야 하지만 교인을 많이 모을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쉽다”며 “교회 모델에 대한 고찰은 세속화를 경계하는 목회자들이 늘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창현 감신대 교수는 “교회 모델을 세속화된 관점에서 단순하게 분석해서는 안 된다”며 “각 지역의 교회는 비교해 설명할 수 없는 성장과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문덕 2007 교회의날 조직위원회 기획팀장은 “한국 교회가 정체하게 된 배경이 외부와 소통 단절이라고 보고 ‘교회 다시 보기’ 주제를 정했다”며 “교회가 세속적인 모델을 추구하면서도 이를 반성하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